80~90년대 ‘트로트 르네상스’를 이끈 가수 현철이 15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그의 나이 향년 82세입니다.
긴 무명 생활을 이겨낸 국민 가수 현철
27세 때인 지난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한 고 현철은 한동안 무명 생활을 하다 80년대 들어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의 히트곡을 내며 인기 가수로 발돋움했습니다.
특히 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은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가사가 아직도 회자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봉선화 연정’으로 KBS 가요대상을 수상한 현철은 이듬해 ‘싫다싫어’로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박성서 평론가는 “현철이 우리 가요계에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 가수들의 수명을 늘렸다는 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전까지는 60세 가까운 나이에 전성기를 누릴 기회가 많지 않았던 풍토가 있었는데 현철처럼 그 나이에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며 가요계를 장악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인은 이후 2010년대까지 신곡을 내며 활동했지만 2018년 KBS ‘가요무대’에서 ‘봉선화 연정’을 부르는 도중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걱정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는 수년 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해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는 1남 1녀가 있습니다.
후배 가수들을 위하던 현철, 그가 남긴 손편지 다시금 화제
한편, 그가 후배 가수들에게 남긴 손편지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12일 방송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화요일은 밤이 좋아’는 현철의 명곡을 소개하고 후배들이 직접 부르는 ‘현철 가요제’로 꾸며졌습니다.
당시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현철은 직접 쓴 손편지로 출연진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편지에 “잘생기고 예쁘고 정말로 노래 잘하는 아들, 딸 같은 후배들이 저의 가요제에 출연해 한바탕 걸판지게 놀아준다니 너무도 기쁘고 고맙고 가슴이 벅차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수많은 무대를 서 봤지만 이런 아름다운 무대에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며 “이제는 시청자, 청취자가 되어 자네들의 노래를 감사히 잘 듣고 보겠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잊혀져 가는 현철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생각해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한다. 후배들이여, 이 현철이는 행복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남겼습니다. 현철의 진심이 담긴 손편지에 출연진은 눈물을 훔쳤습니다.